로열로즈(Royal Roads) 대학이 있는 해틀리 캐슬은 특히 가을에 빛을 발하는 고색창연한 성이다. 불타는 듯한 붉은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모습은 어느 꽃보다도 화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영화 ‘X-Men’ 시리즈이 배경으로도 유명한 해틀리 캐슬은 565 에이커의 광할한 대지에 우뚝 솟은, 해틀리 파크의 심장부다.
해틀리 파크는 캐나다의 가장 큰 자연유적지 중 하나로, 1955년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로 지정됐다. 이 지역은 오래된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여러 개의 정원, 연못과 트레일이 있고 새들의 서식지인 에스콰이몰트 라군도 해틀리 파크의 일부다.
원래 원주민들이 사냥하고 모임을 가졌던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지역 일대는 1900년대 초까지 이주자들이 농사를 짓고 살던 땅이었다. 석탄과 철도사업가이자 BC주 전 총리, 부총독이었던 제임스 던스뮤어(James Dunsmuir)는 1906년 이 일대 광활한 대지를 사들여 15세기 에드워드왕 시대의 성을 복원한 저택을 건축 하도록 했다.
40개 방 대저택 단돈 7만5천달러에 매각
제임스는 크레익다록 캐슬(Craigdarroch Castle)을 지은 로버트 던스뮤어의 아들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 온 로버트는 19세기 BC주의 제일가는 부호로 알려졌던 사업가다. 아름다운 성을 아내에게 헌정한 아버지에 질세라 아들도 가족들을 위한 대저택을 건축했다. 이들 부자는 재물복은 물로 자식복도 많아 똑같이 아들 2명과 딸 8명을 두었다는 공통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 저택은 당시 유명한 건축가 Samuel Maclurer가 설계했으며, 18개월에 걸친 작업끝에 1908년 완성했다. 이 거대한 저택에는 침실만 22개, 욕실이 9개 등이 있다.
“비용에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지으라”는 제임스의 지시에 따라 벽, 천장, 창문, 플로어 등 모든 부분에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호화롭게 꾸몄으며 조명과 일부 장식은 유럽에서 주문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고 한다.
제임스가 69세로 세상을 떠난 후 딸과 함께 살던 아내 로라와 딸마저 곧 이어 죽자 저택 관리는 관리인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대저택과 정원의 관리에 사용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1940년 이 저택을 매각하게 된다. 가족들은 ‘저택은 반드시 교육기관이 사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붙여 정부에 팔았다. 당시 판매가격은 놀랍게도 불과 7만5천달러였다. 이 저택의2005년 공식 감정가는 6억5천만 달러였다.
사관학교에서 대학건물로
1940년부터 이 저택은 육,해,공군 훈련기관인 사관학교로 이용됐는데 이 학교는 나중에 로열로즈 사관학교로 명명됐다. 1955년 사관학교가 문을 닫고, 새로 설립된 공립대학 로열로즈(Royal Roads) 대학이 저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캐슬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는 이곳 역사와 함께 전설처럼 전해지는 유령이야기도 들려준다. 실내를 구경하다 보면 각 방의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운 전망에 감탄하게 된다. 밖으로 나오면 일본가든, 이탈리아 가든, 로즈가든이 잘 가꾸어져 있다. 던스뮤어 가족들이 살았던 당시엔 9개의 전원에 100명에 달하는 정원사와 관리인을 두고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해틀리 캐슬은 그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 있는 장소다. ‘X-Men’ 2와 3 외에도 ‘Little Woman’ ‘Smallville’등 지금까지 30편이 넘는 영화가 여기서 촬영됐다. 성의 1층에선 결혼식, 피로연이 열리고 정원은 우아한 성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 촬영하기 좋다.
입장료를 내고 내부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성 주변과 눈앞에 펼쳐지는 에스콰이몰트 라군 전망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웹사이트: www.hatleypark.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