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Fort Street을 따라 동쪽으로 1.5km쯤 가다 Joan Crescent로 우회전 진입, 사인을 따라 완만한 언덕길을 잠시 올라가면 오른편에 우뚝선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채가 방문자들을 반긴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석조건물은 매년 15만 여명의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크레익대로치 캐슬(Craigdarroch: 고대 아일랜드어로 Rocky, Oak Place란 뜻)로 주의사당 건물과 함께 빅토리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28에이커의 부지에 세워진 4층 건물에 39개의 방을 가진 이 대저택은 87개의 계단을 통해 각 층으로 이어진다. 2만 평방피트가 넘는 실내는 1890년~1900년 당시의 사치스러운 빅토리아 양식의 가구들로 채워져 있어 방문객들은 세기를 뛰어 넘어 19세기로 되돌아간 착각을 느끼게 된다.
1890년~1900년 당시의 사치스러운 빅토리아 양식의 가구들로 채워진 실내.
던스뮤어가 자신의 부 과시 위해 건축
크레익대로치 캐슬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887년. 3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이 대 저택의 꼭대기 타워에 오르면 빅토리아 시내와 후안드 푸카 해협 그리고 멀리 올림픽 산맥이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 온다.
자신이 서부 캐나다에서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세상에 널리 과시하기 위해 이 성을 짓도록 지시한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이자 탄광부호였던 로버트 던스뮤어는 그러나 이 건물의 완공을 보지도 못한 채 1889년 4월12일 눈을 감는다.
그가 사망하자 이 성을 포함한 미화 약 2천만 달러 (1888년 기준 가격) 상당의 전 재산이 그의 아내 조앤에게 고스란히 상속된다. 1890년 건물 완공과 함께 이 곳으로 이사온 아내 조앤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1908년까지 18년 동안 딸들과 함께 이 집에서 살았다.
이 대저택을 처음 설계한 사람은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건축가 윌리엄스(Warren Heywood Williams). 그러나 윌리엄스 역시 이 성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남에 따라 같은 회사의 Arther L.Smith가 윌리엄스의 아들 데이빗의 도움을 받아 이 성을 완성시킨다.
아름답기로 정평난 스테인드 글라스
내부의 계단과 문, 창틀과 2,182개의 정교한 오크 패널은 멀리 시카고의 A.H. Andrews사가 사전 제작해 빅토리아로 가져와 설치됐다. 캐나다 내 건축물 중 가장 빼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창유리는 미국의 스투디오에서 제작된 것이고, 지붕에 얹어진 붉은 슬레이트는 버몬트주에 있는 채석장에서 생산됐으며, 건물 외벽은 밴쿠버섬 퀄리컴 비치 인근에서 채석된 돌을 쌓아 만들었다.
20세기 들어 주인, 입주자 자주 바뀌어
크레익대로치 캐슬이 지금 모습의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12년 전인 1995년. 그간 숱한 곡절과 많은 사연이 얽혀있다.
1908년 조앤이 세상을 떠나자 이 저택은 다섯 명의 딸들에게 상속된다. 이들은 각자의 상속지분을 분배 받기 위해 집기와 가구 등을 3일 동안 진행된 경매를 통해 처분한 후, 1910년 Solomon Cameron씨에게 땅과 건물에 대한 소유권도 넘긴다. 그러나 Bank of Montreal에 이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 Cameron씨가 은행 빚 30만 달러를 갚지 못하자 1918년 이 저택의 소유권은 은행으로 넘어간다.
1919년, 연방정부는 비어있던 이 저택을 몬트리올은행으로부터 리스, 대대적인 내부수리를 거쳐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상이용사들의 치료를 위한 군병원으로 2년 동안 사용한다. 병원이 나가자 이 건물은 1921년 다시 Victoria College(1903년 McGill대학 빅토리아 분교로 개교)에 임대돼 1946년까지 이 대학 캠퍼스로 사용된다. 처음 250명 선으로 시작된 이 대학의 학생 수가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에는 제대군인들이 대거 학교로 돌아오면서 60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나자 뜰에 군대 막사를 지어 교실로 사용해가면서 까지 학생을 수용했으나 포화상태에 이르자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
한편, 1929년 몬트리올은행으로부터 이 저택을 구입한 Victoria School Board가 1946년 대학이 빠져나간 이곳으로 이사, 1967년까지 사무실로 사용한다.
그러다 1967년 Victoria Conservatory of Music이 빅토리아시로부터 연간 임대료 단돈 1 달러에 이 건물을 임차, 1979년까지 음악학교로 사용한다. 음악학교가 떠난 뒤 James K. Nesbitt씨가 중심이 돼 1959년 결성된 Castle Society가 이 성을 박물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게된다. 십 수년간에 걸친 전면적인 복원공사를 거쳐 마침내 19세기 말 조앤이 처음 입주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
15만 명 관광객 수입만으로 운영
1995년 마침내 빅토리아시가 이 저택의 소유권을 비영리재단인 Craigdarroch Castle Historical Museum Society(CCHMS)에 이양함으로써 오늘 날의 모습을 갖춘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이 대저택은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15만 여명의 관광객들로부터 거둬들인 입장료 수입만으로(캐나다에서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는 유일한 박물관이라고 함) 보수 유지되고 있으며, 1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크레익대로치 캐슬의 층별 각 방에 대한 상세한 무료 관광안내서는 한국어를 비롯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등 7개 국어로 번역, 비치되어 있어 정해진 코스에 따라 혼자서도 관람이 용이하다. 소요시간은 45분~1시간. 주차는 무료.
website: http://thecastle.ca